요구사항 정의서 작성법 – 신입 기획자를 위한 실무의 첫 설계

"이건 기획서가 아니에요. 실행의 언어입니다."

처음 요구사항 정의서를 써보는 사람이라면 종종 착각하곤 한다. 디자인 콘셉트를 쓰듯, 혹은 아이디어 노트를 정리하듯 작성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요구사항 정의서는 그보다 훨씬 '무겁고 현실적인' 문서다. 팀을 움직이게 하고, 개발을 가능하게 하며, 서비스를 현실로 끌어오는 설계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이 문서를 마주했을 때는 막연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어떤 언어로 써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이 문서는 그저 기능을 나열하는 기술 문서가 아니라, 사용자와 서비스가 만나기까지의 모든 의도를 말로 옮긴 흐름도라는 것을.

 

요구사항 정의서란 무엇인가?

요구사항 정의서란, 말하자면 서비스의 설계도다. 제품을 조립하기 위한 매뉴얼이자, 프로젝트 전 구성원이 공유하는 언어이며, 방향성을 잃지 않기 위한 나침반이다. 개발자와 디자이너, 운영자와 QA까지 모두가 이 문서를 기준으로 움직인다.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서비스'는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뒤에는 반드시 누군가가 치열하게 쓴 요구사항 정의서가 있다. 그 문서에는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가?”, “왜 만들어야 하는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이 담겨 있어야 한다.

 

본격적으로 작성하기 전에

정의서를 작성하기 전, 우리는 반드시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서비스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가?" 목표 없는 기획은 공허하고, 기능만 나열된 문서는 개발자의 혼란만 키운다.

1. 서비스의 목표는 무엇인가?
   단순한 '기획 의도'를 넘어서, 어떤 가치를 사용자에게 줄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2. 기능을 먼저 나열해보자.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브레인스토밍처럼 필요한 기능을 모두 적어보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 리스트가 나중에 정의서의 골격이 된다.
3. 이해관계자를 나눠본다.
   사용자, 관리자, 파트너 등. 이들이 바라보는 서비스는 다르고, 각각의 역할에 따라 기능도 달라진다.

 

요구사항 정의서의 기본 구조

이 문서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우리가 이야기하듯 쓰기만 한다면.

• 문서 개요: 이 문서가 언제, 왜,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지를 소개하는 첫 페이지다. 마치 책의 프롤로그처럼 말이다.
• 서비스 개요: 서비스의 성격, 대상 사용자, 사용 환경(모바일, 웹 등) 등을 담는다.
• 기능 요구사항: 핵심이다. 각 기능에 대한 설명과 입력값, 출력값, 예외 상황까지 최대한 구체적으로 작성한다.
• 비기능 요구사항: 사용자가 눈치채지 못하는 부분, 그러나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보안, 성능, 유지보수, 확장성 등.
• 시스템 요구사항: 기술 환경에 대한 정의. 어떤 서버를 쓰는가, DB 구조는 어떤가, API는 어떤 방식으로 연동되는가.

 

실무자만 아는 작성 팁

1. 추상적으로 쓰지 말자.
   '빠르게 로딩되는 화면'이 아니라, '3초 이내 로딩 완료'라고 써야 한다.
2. 예외 상황을 빠뜨리지 말자.
   항상 '정상 흐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실패했을 때, 오류가 발생했을 때 사용자는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가?
3. 혼자 쓰지 말자.
   정의서는 협업의 결과물이다. 개발자, 디자이너와 수시로 대화하면서 살아 있는 문서로 만들어가야 한다.

 

실수는 누구나 한다. 하지만 반복하지는 말자.

• '이 정도면 알아서 구현하겠지'라는 마음으로 추상적으로 쓴다.
• 예외 상황은 ‘나중에 생각하자’ 하고 미루다가 서비스가 엉킨다.
• 기획자 혼자 판단해서 문서를 완성하고, 공유하지 않는다.

이런 실수는 곧바로 오류와 커뮤니케이션 갈등, 일정 지연으로 이어진다. 문서는 정답지가 아니라, 함께 완성해가는 회의록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이다.

 

 

신입 기획자에게 주고 싶은 말

처음엔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다음 세 가지를 기억하자.

• 기존 문서를 보고 배우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다.
• '누가, 언제, 어떻게 사용할까?'를 끊임없이 상상하자.
• 내가 쓰는 문서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언어다.

정의서를 쓰는 일은 단순한 문서 작성이 아니다. 그것은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시작점이자, 팀을 하나로 잇는 연결고리다.

당신의 정의서 한 장이 서비스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 그러니 조금 더 구체적으로, 조금 더 같이 고민하며, 한 줄 한 줄 써 내려가자.

 

요구사항 정의서 작성법, 신입 서비스 기획자로 시작한다면 꼭 알아야 할 필수 문서 - Billinonnap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