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영상은 몇 개나 봤어?”보다 더 중요한 질문

아이의 마음을 지키는 디지털 사용법에 대하여

어른이 된 지금도 기억나는 장면이 있습니다.
TV가 끝나고 방에 들어오던 그 순간, 엄마가 내게 물었습니다.
“영상 재미있었어?” 그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어딘가 허전한 기분이 마음 한 켠에 남아 있던 기억.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는 나의 기분보다
‘기기가 아이에게 해롭지 않기를’ 걱정했을 겁니다.
하지만 아이의 내면은,
“오늘 넌 어떤 생각을 했니?”라는 물음에 더 깊이 반응합니다.

아이의 뇌는 '화면'보다 '사람의 말'로 자랍니다

미국 소아과학회(AAP)는 이렇게 권고합니다.

“2~5세 유아의 화면 시간은 하루 1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가능한 한 부모와 함께 콘텐츠를 시청할 것을 권장한다.”
(출처)

이 권고의 핵심은 ‘시간’보다는 ‘상호작용’에 있습니다.
유아기의 뇌는 감정과 언어가 교차되는 대화를 통해 연결됩니다.
기계보다 사람의 말, 말보다 따뜻한 질문이
아이의 정서적 면역력을 키우는 씨앗이 됩니다.

영상보다 더 큰 경험은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

그저 “재미있었어?” 하고 묻는 것보다
“어떤 장면이 가장 좋았어?”라고 물어보세요.
질문은 아이의 마음을 여는 열쇠입니다.
그 열쇠는, 디지털 기기가 닫아버릴 수 있는
소통의 문을 다시 열어줍니다.

『자존감 수업』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존감은 ‘나는 소중한 존재’라는 믿음에서 자란다.
이 믿음은 매일의 언어에서 시작된다.” – 윤홍균

아이와 기기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제한과 통제만이 아닌,
그 속에서 마음을 들여다보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디지털과 감정, 둘 다 지키는 질문들

화면을 끄고 나서 아이에게 건넬 수 있는 말들:

감정을 나누는 질문

• “오늘 영상 보면서 어떤 기분이 들었어?”
• “그 장면을 보고 네 마음이 어땠을까?”

사고를 여는 질문

• “다음엔 어떤 놀이를 해보면 좋을까?”
• “영상 대신 우리가 같이 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상상력을 자극하는 질문

• “네가 주인공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 “그 장면에 나도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까?”

하루를 정리하는 질문

• “오늘 가장 즐거웠던 일은 뭐였어?”
• “오늘은 어떤 감정이 가장 오래 머물렀을까?”

함께 읽어보면 좋은 책들

『 말 그릇』 – 김윤나
: 말은 마음의 집. 부모의 말이 아이의 내면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섬세하게 안내하는 책

『자존감 수업』 – 윤홍균
: 아이뿐 아니라 부모 자신도 돌아보게 하는 따뜻한 심리 에세이

『엄마의 말 연습』 – 임영주
: 하루 한 문장, 아이와 건강하게 소통하는 법을 알려주는 현실적인 육아서

『디지털 네이티브 아이들』 – 김성은
: 디지털 세대 아이들의 두뇌, 습관, 부모의 대응법을 과학적으로 설명한 최신 도서

 

아이의 마음은 기술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영상 하나쯤 덜 보게 하는 것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 진심 어린 질문 하나가
더 깊고 오래 남는 경험이 됩니다.

오늘 아이에게 어떤 질문을 건네셨나요?
그 한 문장이 아이의 감정을 지켜주고,
내일의 마음을 키워주는 영양제가 됩니다.

말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에 머무는 말입니다.

 

※ 이 글은 다음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Media and Young Minds”
• 윤홍균 『자존감 수업』
• 김윤나 『말 그릇』
• 임영주 『엄마의 말 연습』
• 김성은 『디지털 네이티브 아이들』
• UNICEF Parenting – Babies and screen time